BJ Fogg 행동 모델, 사용자를 움직이는 냉정한 공식

제품을 설계하는 팀이 가장 쉽게 빠지는 함정은 확신의 함정이다. 이 정도 보상을 걸면 클릭할 것이라는 믿음, 온보딩을 줄였으니 전환율이 오를 것이라는 낙관이 회의실을 지배한다. 그리고 데이터는 언제나 같은 방식으로 배신한다. 클릭은 일어나지 않고, 전환은 그대로이며, 팀은 다시 원인 모를 가설을 양산한다. 이 혼란을 단칼에 정리한 연구가 있다. 스탠퍼드 대학의 행동과학자 BJ Fogg는 인간의 행동을 세 가지 축으로 환원한다. 동기, 능력, 자극이다. 세 축이 동시에 교차하는 순간에만 행동이 발생한다는 이 단순하고 냉정한 명제는 Fogg 행동 모델로 불린다. 이 모델이 실리콘밸리 제품팀의 공통 언어가 된 이유는 한가지다. 장식 없는 진실이기 때문이다. 다른 모든 설명은 아름다울 수 있으나, 이 교차점이 열리지 않으면 행동은 일어나지 않는다.

교과서는 이 모델을 간단한 그림으로 보여주지만, 실제 제품은 그림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동기가 아무리 높아도 결제 장벽이 높다면 사람은 멈춘다. 능력이 아무리 충분해도 자극이 맞지 않으면 손가락은 움직이지 않는다. 자극이 아무리 강해도 동기가 바닥이라면 반응은 일어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셋을 각각 최대화하는 일이 아니라, 같은 순간 같은 맥락에서 셋을 겹치게 만드는 일이다. 배터리가 충전되어 있고 회로 저항이 낮으며 스위치가 눌리는 동일한 찰나가 만들어질 때만 전구가 켜진다. 제품에서도 다르지 않다. 행동은 오직 그 찰나에서만 탄생한다.

문제는 대부분의 팀이 이 단순함을 오해하는 방식으로 시간을 쓴다는 점이다. 동기를 자극하면 해결될 것이라는 믿음은 일시적으로는 맞지만 오래 가지 않는다. 불안과 욕망으로 끌어올린 동기는 빠르게 소모된다. 능력을 낮추면 답이 보일 것이라는 조언은 절반만 맞다. 버튼을 크게 만든다고 카드 등록의 심리적 부담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자극을 늘리면 움직일 것이라는 기대는 틀렸다. 맥락을 무시한 알림은 소음이고, 소음은 피로를 낳는다. PO의 책무는 이 허상들을 벗기는 일이다. 행동은 어느 한 축의 극대화로 오지 않는다. 행동은 교차점의 설계로만 온다.

이 교차점이 어떻게 현실에서 점화되는지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 사례 가운데 하나가 Robinhood이다. 수수료를 제거해 능력 축을 낮추고, ‘지금 시장을 놓치면 뒤쳐진다’는 세대적 불안으로 동기를 끌어올린 뒤, 실시간 푸시로 자극을 던졌다. 점화가 일어나는 데 필요한 세 가지 조건이 정확히 같은 프레임에 들어온 순간, 사용자는 주저하지 않았다. 행동은 즉각적이었다. 축이 막혀 곡선은 꺾였다. 여기서 배워야 하는 교훈은 단순하다. 교차점은 순간을 만든다. 하지만 지속성은 별도의 구조로 설계되어야 한다. 순간의 불꽃과 장기 리텐션은 다른 공학의 영역인 것이다.

Robinhood가 동기와 자극으로 불꽃을 점화했다면, TikTok은 능력 축을 거의 제로에 수렴시키는 방식으로 같은 진실을 증명했다. 편집 기술이 없어도, 한 손가락으로도, 몇 초 안에 창작과 소비가 가능하도록 만들자 행동은 반사처럼 일어났다. 여기에 개인화 추천과 무한 스크롤이라는 자극이 틈 없이 이어지며 사용자는 머무를 이유를 따지기도 전에 머물게 되었다. 이 방식은 강한 동기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 능력을 압도적을 낮추면 사용자는 저항하기 전에 먼저 반응한다. 다만 이 전략에는 늘 그늘이 생긴다. 행동이 습관적으로 안착하지 못하면, 반복은 곧 피로와 회피로 선회한다. 능력 축을 낮추는 설계는 강력하지만, 그 힘이 장기 가치로 변환되도록 의미의 축을 동시에 설계하지 않으면 제품은 중독의 벽 앞에서 고개를 떨군다.

능력 축이 의미하는 바를 표면의 미학으로 오해하면 안 된다. Amazon 1-Click은 버튼의 크기를 키운 사례가 아니다. 보이지 않는 마찰을 체계적으로 제거한 설계이다. 주소와 결제 정보의 미리 저장, 안전성에 대한 신뢰, 결제 확인 흐름의 심리적 부담을 줄이는 문장까지, 사용자가 느끼는 총 비용을 낮추는 조립식 공학에 가깝다. 이 총 비용이 임계치 아래로 내려간 찰나에 구매는 생각의 행위가 아니라 반사의 행위가 된다. 능력 축을 다룬다는 것은 예쁜 UI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저항의 물리학을 설계하는 일이다.

동기는 설득의 문제가 아니라 관리의 문제라는 점도 분명히 해야 한다. Duolingo가 한 일은 ‘열심히 공부하자’는 감성의 호소가 아니라, 동기의 소모 곡선을 구조적으로 보정한 것이다. 학습이 하루만 비어도 동기는 급격히 식는다. Duolingo는 연속 학습일을 시각화하고, 끊기기 직전의 임계 순간에 부드럽지만 날카로운 자극을 던지며, 학습 단위를 잘게 쪼개 능력 축의 부담을 줄였다. 작은 성공이 작은 자극과 만나면서 동기는 다시 살아난다. 이 흐름은 스스로의 의지에 기대는 설득이 아니라, 리듬의 엔지니어링에 가깝다. 그래서 이 설계는 무료 모델에서도 장기 리텐션과 유료 전환을 동시에 끌어올렸다.

교과서적 균형은 항상 정답은 아니다. Uber의 surge는 능력 축을 일부러 불리하게 만들었다. 가격의 장벽이 높아지면 행동은 줄어드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지금 아니면 안 된다’는 상황적 동기가 폭발하면 역전이 일어난다. 여기에 실시간 가용성 안내라는 자극이 겹치자 사람들은 더 높은 비용을 감수하고도 탑승을 선택했다. 교차점은 균형의 기하학이 아니라 불균형이 만들어내는 임계점에서도 열린다. PO가 기억해야 할 문장은 분명하다. 교차점은 늘 예쁘게 정렬된 도표 위에서 열리지 않는다. 교차점은 종종 한 축의 과감한 희생과 다른 축의 폭발에서 열린다.

반대로 Netflix의 autoplay는 자극의 크기가 아니라 맥락의 정밀도가 행동을 바꾼다는 것을 보여준다. 에피소드가 끝나고 떠나려는 그 순간, 다음 에피소드가 자동으로 재생된다. 동기는 거의 소진되었고, 능력은 0에 가깝다. 작은 자극 하나가 이탈을 붙잡는다. 이 설계는 거대한 프로모션이 아니라, 타이밍과 마찰을 다루는 외과수술에 가깝다. 행동의 문은 종종 작은 힌지에서 조용히 열린다.

여기까지의 사례는 서로 달라 보이지만 같은 사실을 압축한다. 행동은 우연이 아니라 교차점의 산물이다. Robinhood는 동기와 자극의 불꽃을, TikTok과 Amazon은 능력의 제거를, Duolingo는 동기의 관리 구조를, Uber는 불균형의 임계점을, Netflix는 자극의 정밀도를 증명했다. 결론은 하나이다. 세 축이 같은 순간 겹치지 않으면 어떤 시도도 실패한다. 실패는 기능 부족 때문이 아니라 교차점의 부재 때문인 것이다.

이제 이 모델을 읽는 사람이 아니라 쓰는 사람의 자리에서 본다. 제품을 바꿔야 하는 날, PO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새로운 기능을 떠올리는 것이 아니다. 오늘 움직이게 만들 행동 한 가지를 정한다. 그리고 그 행동의 맥락 시계를 그린다. 사용자가 그 행동을 하려는 순간, 동기는 어디에서 오르고 어디에서 꺼지는지, 능력은 어디에서 비용으로 느껴지는지, 자극은 어느 타이밍에서 스파크가 되는지, 이 세 질문을 같은 캔버스 위에 올려보고, 서로가 서로를 가리는 순간을 지운다. 알림이 강해질수록 동기의 의미는 줄어든다. 능력을 낮추려다 보면 보안의 신뢰가 훼손된다. 자극의 타이밍이 팀의 KPI를 위해 당겨지는 경우도 있다. 이 프리모템이 끝난 후에야 프로토타입을 그리고, 실험군을 만든다. 측정은 CTR이 아니라 교차점의 재현 가능성을 본다. 같은 사용자 맥락에서 같은 강도의 동기와 같은 수준의 능력, 같은 타이밍의 자극으로 몇 번을 다시 켤 수 있는지를 본다. 재현이 안 되면 진실이 아니다. 우연히 오른 지표는 설계가 아니라 사건일 뿐이다.

이 과정에서 숫자는 도움도 되고 방해도 된다. 높은 첫 날 잔존은 자극의 성공일 수 있지만, 장기 유지와 무관할 수 있다. 낮은 클릭률은 동기의 실패로 보일 수 있지만, 사실은 능력 축의 미세한 마찰이 만든 착시일 수 있다. 데이터는 결코 스스로를 말하지 않는다. 데이터가 말하게 만드는 이는 질문을 바꾸는 PO다. ‘얼마나 클릭했는가’가 아니라 ‘언제, 어떤 맥락에서, 무엇이 겹쳤을 때 클릭했는가’를 묻는다. 질문이 바뀌면 그래프가 언어로 변한다. 언어로 변한 그래프는 설계로 다시 돌아온다. 이것이 반복될 때 곡선은 바뀐다.

윤리와 지속 가능성도 같은 프레임 안에서 다뤄야 한다. 자극을 밀어올려 행동을 만드는 것은 쉽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신뢰를 깎아내리는 자극은 브랜드를 갉아먹는다. 능력을 지나치게 낮춘 설계는 사용자의 자기결정감까지 제거할 수 있다. 동기를 두려움과 결핍으로만 끌어올리는 캠페인은 단기 수익을 줄 수 있으나, 조직의 문화와 사용자 관계를 빈약하게 만든다. 좋은 설계는 사용자가 원하지 않는 행동을 억지로 끌어내지 않는다. 좋은 설계는 사용자가 원하던 결과에 더 빨리 닿도록 길 위의 모래를 걷어낸다. BJ Fogg 행동 모델은 조작의 도구가 아니라, 의미 있는 행동을 더 자주, 더 쉽게, 더 정확히 일어나게 하는 공학이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 행동 모델을 실무 루틴으로 고정한다. 회의가 시작되기 전, 오늘의 핵심 행동 하나를 적는다. 그 행동의 맥락에서 동기가 자연히 오르는 순간과 꺼지는 순간을 한 줄로 그린다. 같은 줄 위에 능력의 비용이 솟는 지점을 표시한다. 같은 줄 위에 자극을 넣고 싶은 타이밍을 놓는다. 겹침이 없는지 본다. 어긋나면 설계를 바꾼다. 겹침이 맞아떨어지면 작은 실험으로 검증한다. 성공하면 재현한다. 재현되면 확장한다. 실패하면 다시 겹침을 맞춘다. 이 간단한 루틴이 조직의 습관이 될 때, 제품은 예측 가능하게 좋아진다.

정리하면 결론은 처음과 같다. 사용자는 스스로 움직이지 않는다. 움직이도록 설계될 뿐이다. 설계는 영감의 영역이 아니라 교차점의 공학이다. 동기와 능력과 자극이 같은 순간 겹치는지, 그 겹침이 다시 켜질 만큼 재현 가능한지, 그 재현이 장기적 신뢰를 해치지 않는지, 이 세 문장에 ‘예’라고 답할 수 있는 PO만이 곡선을 바꾼다. 교차점을 설계하지 못한 PO는 수치를 잃고, 수치를 잃은 조직은 미래를 잃는다. BJ Fogg 행동 모델이 남기는 메시지는 잔혹하지만 냉정하다. 행동은 교차점의 문턱에서만 태어난다. 그 문턱을 설계하지 않는다면, 어떤 아이디어도, 어떤 장치도, 어떤 캠페인도 오래가지 못한다. 그리고 그 문턱을 반복해서 설계한다면, 제품은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다시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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