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광고 실패 사례로 읽는 브랜드 철학의 붕괴

애플은 오랫동안 광고를 통해 단순한 기술 기업을 넘어 문화적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Think Different라는 슬로건은 문구가 아니라 태도의 선언이었다. 광고 속에서 기술은 늘 조연이었고, 주연은 사용자의 상상력과 존엄이었다. 피카소, 아인슈타인, 마틴 루터 킹 같은 인물이 전면에 등장했을 때조차, 제품은 뒷자리에 머물렀다. 광고는 기능 설명이 아니라 사용자에 대한 존중과 가능성의 은유였다. 그래서 압도적인 설득력을 가졌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애플의 광고는 이 철학에서 멀어졌다. 태도를 잃은 순간 감각이 무너졌고, 무너진 자리는 오만이 채웠다.

이 변화를 상징하는 사건이 2024년 공개 직후 삭제된 아이패드 프로 Crush 광고였다. 피아노, 기타, 색연필, 페인트, 조각상 같은 창작 도구들이 유압 프레스에 무참히 으깨지고, 마지막에 살아남은 것은 아이패드 프로 한 대였다. 애플은 ‘아이패드가 모든 창작 도구를 대체한다’는 메시지를 의도했지만, 대중은 혁신의 은유로 읽지 않았다. 창작 자체를 짓밟는 오만한 장면으로 해석한 것이다. 불과 3일 만에 광고는 삭제됐고, 애플은 ‘의도와 다르게 받아들여졌다’는 이례적 사과를 발표했다. 유튜브에서 싫어요 비중이 좋아요를 넘어선 것도 애플 광고 역사에서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창작자를 존중하던 브랜드가 창의적 도구를 파괴하는 이미지를 내놓았다는 사실은, 단순한 크리에이티브 실수가 아니라 철학의 균열이었다.

문제는 반복되었다. 같은 해 공개된 Vision Pro 런칭 캠페인도 마찬가지였다. 애플은 AR/VR 헤드셋을 미래적 상징으로 강조하려 했지만, 광고 속 인물은 장비에 매몰되어 있었고 주변 세계와 단절된 모습만 남겼다. 경외심 대신 소외감이, 확장 대신 고립의 인상이 퍼졌다. 실제로 Vision Pro 광고의 긍정 댓글 비율은 공개 한 달 만에 업계 평균보다 30% 낮았다. 제품은 눈부셨지만, 사용자는 배경으로 밀려났다. 광고는 기술의 힘만 증명했을 뿐, 그 기술이 사용자를 어떻게 빛내는지는 설명하지 못했다. 혁신은 경외로 끝나지 않는다. 혁신은 존중을 필요로 한다.

과거와 비교하면 대비는 더욱 선명하다. Mac vs PC 캠페인은 단순한 비교 광고가 아니었다. 기술을 의인화해 사용자가 선택의 주체로 자리 잡도록 만들었다. Shot on iPhone 캠페인도 기능 설명 대신 사용자들의 시선과 결과물을 빌려와 제품을 증명했다. 그때 주인공은 언제나 사용자였다. 그러나 최근 광고는 기기 중심으로 이동했고, 그 순간 광고는 감동이 아니라 위압으로 읽히게 되었다.

이 흐름은 데이터로도 입증된다. Crush 광고 직후, 관련 해시태그가 X에서 150만 건 이상 언급되었고, 그중 70%가 부정적이었다. 블룸버그는 ‘창작의 본질을 무시한 장면’이라 평했고, 가디언도 ‘애플답지 않은 오만’이라고 꼬집었다. Vision Pro 광고 역시 조회수는 5천만 회를 넘었지만 긍정적 반응 비율은 경쟁사 메타 퀘스트 광고 대비 현저히 낮았다. 과거라면 사회적 담론을 장악했을 애플 광고가 이제는 불신과 반감을 촉발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맥락은 규제와 환경에서도 이어진다. 미국과 유럽은 광고의 사회적 파장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고 있으며, 폭력적 상징과 인간 경시적 표현은 규제 리스크로 직결된다. 국내 역시 다르지 않다. 네이버는 자율주행 로보틱스 광고에서 소외감을 자극했다는 이유로 비판받았고, 삼성은 갤럭시 캠페인에서 과도한 기술 과시로 인간 없는 미래를 그렸다는 조롱을 당했다. 태도의 균열은 글로벌과 로컬을 가리지 않는다. 광고는 제품이 아니라 태도를 보여주는 장치라는 사실을 망각한 결과다.

애플이 이렇게 변한 이유는 분명하다. 스스로의 서사를 잊은 것이다. Think Different는 애플을 기술 기업이 아니라 인문학적 기업으로 정의했다. 그러나 아이폰 성장 둔화, 서비스 매출 압박, 광고 수익 확대라는 현실이 광고의 철학을 잠식했다. 사용자 중심의 서사는 기기 중심의 과시로 바뀌었다. 그 순간 광고는 철학의 집약물이 아니라 매출의 도구가 되었다. 태도가 무너지자 감각은 공허해졌다. 공허는 곧 오만으로 읽혔다.

이것은 단순한 크리에이티브 실패가 아니다. 사용자를 주어로 세우지 않는 광고는 오래가지 못한다. Crush와 Vision Pro 광고가 보여준 것은 감각적 실수라기보다 브랜드 철학의 붕괴였다. 오늘 애플 광고가 직면한 반발은 우연이 아니다. 태도의 균열은 광고에서 시작되지만, 브랜드 전체로 번진다. 국내 기업들도 이 교훈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OTT, 커머스, 플랫폼 기업이 데이터와 기술 과시에 몰두하며 사용자를 조연으로 밀어낸다면, 애플이 겪은 반발은 그대로 되풀이될 것이다. 광고는 기능을 설명하는 무대가 아니라 사용자를 어떻게 대할지 드러내는 계약이다. 그리고 그 계약의 최종 서명권은 언제나 사용자에게 있다.

관심 있으실 광고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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